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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전개 급마무리주의
* 이건 뭔가 싶겠지만 일단은 신데렐라AU가 맞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딸이 있는 여자와 재혼을 해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잘 지내야지. 그는 아버지를 원망했고 본인을 내세워서까지 재혼을 한 것에 화가 났지만 실제로 만난 날 새엄마와 그 딸을 본 순간 그래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도 않게, 두 사람이 자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게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지내다 아버지가 먼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새엄마와 언니하고만 지내기로 결정된 날,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그는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아도 가만히, 언니가 자신의 물건을 원하면 다 내주었다. 욕심도 없고 그저 함께 살게만 해준다면 상관없었다. 아름다운 새어머니와 언니랑 같이 살 수만 있다면 나야 땡큐지. 둘이 날 피하는 게 보여 그게 더 슬펐다. 아빠는 영원히 안 돌아왔음 좋겠다. 이렇게 살게.
 
   “왕자님의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무도회가 열린데.”
   “그래요?”
   “우후후... 어떨지 기대되네.”
 
   언니가 하는 얘기를 듣다가 화가나 치맛자락을 꽉 잡았다. 왕자, 그까짓게 뭐라고. 우리끼리 잘살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이 나라의 왕자 소문이 좋지 않아 오히려 언니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도회 준비를 하면서도 말을 하고 매번, 매일 식사 때 이야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언니와 어머니는 무도회에 갈 생각에 들떠있다. 이대로는 안 돼. 그는 자신도 가겠다고 말했지만 어째서인지 거절을 당했다. 어떻게든 가야지. 소문의 왕자와는 절대로 마주치지 않겠다. 몰래 마차 바퀴를 헐겁게 하거나 언니가 입고갈 드레스를 숨겨 놓거나 해도 금방 찾아내도 바퀴는 쉽게 고친다. 직접 가는 수 밖에 없나... 그러기엔 마차를 탈, 드레스를 살 돈이 없었다. 구두는 아버지께 선물로 받았던 유리처럼 반짝이는 구두가 있다. 어쩌면 좋지. 매일 밤 달에 기도하며 무도회에 가고 싶다고 빌었다.
 
   시간이 흘러 무도회가 열리는 밤, 언니와 어머니가 마차를 타고 갈때 몰래 타려다 걸려서 마당 앞에 앉아있었다. 무도회에 꼭 가야 하는데. 오늘도 역시 기도를 했다.
 
   “제발 무도회에 가게 해주세요.”
   “그 소원 이뤄줄게요...!”
 
   처음보는 너풀너풀한 드레스를 입은 안대를 낀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속치마 밑으로는 검은 손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그는 다가가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요정 와타리예요.”
   “귀여운 요정님 저랑 같, 아, 아니. 저 무도회로 보내주세요.”
   “네, 그럼 예쁜 드레스로 갈아 입혀줄게요.”
 
   들고있는 큰 검이 요술지팡이었는지 휙 휘두르자 빛이 나면서 입고 있던 옷이 화려한 드레스로 바뀌었다. 이런 드레스는 불편한데. 했다가 마당에 있던 호박이 마차가 되는 순간 빠르게 올라탄다.
 
   “12시엔 마법이 풀리니 그전에 돌아와 주세요...!”
   “금방 돌아올 테니 요정님도 기다려주세요.”
 
   움직이는 마차에 그는 손을 들어 흔들었다. 마차가 멀어지며 그의 목소리도 따라 멀어지자 요정은 임무를 완수하고 사라진다.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무도회장엔 사람들이 가득찼다. 왕자를 알리는 소리에 모두가 시선이 집중되고 신관 같은 지팡이를 들고 나타난 왕자의 외모를 보자 반응이 나쁘진 않았다. 왕자, 세츠는 전체적으로 무도회 안을 쭉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다들 저를 보며 수군거리는데 저 사람만 누구를 찾는다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궁금하기도 하고... 세츠는 몸을 일으켰다. 옆에서 따라오려 하자 손을 들어 괜찮다며 혼자 이동한다. 가는 길마다 저를 향해 걸어오는 말에 무시할 수는 없고 그가 누군지는 궁금하기도 하고. 잠깐의 고민에 곧 오겠다며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사라진 그를 찾다 바람이나 좀 쐬자고 근처 테라스로 나왔다. 더워서 땀을 식히려는데 옆에서 들린 한숨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린다. 나무 그림자 뒤에 서 있어 쭈구려 앉은 체 땀을 식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본인 역시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춘다.
 
   “어머니와 오로시아 언니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사람 찾고 있어?”
   “흐아!! 아. 아 뭐야. 사람이었잖아.”
   “내가 더 놀랐거든? 그래서 귀여운 아가씨는”
   “언니랑 어머니 찾으러 왔어요.”
   “딱 잘라 말하다니... 뭐 일단 넘어가고. 이유를 물어도 돼?”
 
   날카로운 눈이 저를 쳐다보다 세츠는 양손을 보이며 진정시켰다. 숨을 내쉬던 그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말을 시작으로 이유를 이었다. 소문의 왕자와 언니를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이 직접 왔고 언니를 찾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큰 성도 처음이라 길을 잃어 잠시 땀을 식히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다고까지. 눈앞에 있는 자신이 왕자인 걸 전혀 모르고 이어 제 언니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세츠는 씩 웃었다. 본인이 왕자인 걸 알면 지금과 같은 행동이나 표정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왕자를 목표로 하는 건 어때?”
   “그건 싫은데.”
   “생각해봐. 왕자를 목표로 해서 잘 지내면 포기할수도 있잖아.”
   “그것도 좋은 생각인 건가.”
   “자자. 따라와. 왕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까.”
 
   손을 획 잡아당겨 몸을 일으켰다. 제 몸이 확 들리자 놀란 그가 멍하게 있자 빨리 오라며 당겼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 시선이 한곳으로 쏠리고 수군거리는 소리만 커진다. 주변의 시선에 어리둥절한 그는 한가운데 서서 멍하게 있자 세츠가 마주 보고 서서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인사를 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에 바로 손을 잡아 한 손은 허리를 감아 선다. 놀라 주먹에 힘이 들어가자 세츠 허리를 감사던 손으로 그의 주먹 쥔 손을 잠시 가져와 허리에 고정한다. 
 
   “왕자와 잘 지내는 모습 보여줘야지?”
   “그러니까 왕자...라고요?”
   “그냥 말 편하게 해~. 어색하게 왜 그래?”
 
   음악이 들리고 각자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화려한 장식, 소문의 왕자와 함께 춤을 추던 그는 몇 번이나 일부러 발을 밟았다.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 화가 났고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춤을 추는 것도 싫었고. 춤을 못 추는 건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굳이 하기 싫었는데 왕자의 리드와 참을성 덕분에 많은 사람 앞에선 잘 어울리게 추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러 허리끈을 꽉 잡아당겨 도끼눈으로 왕자의 얼굴을 힘껏 노려본다.
 
   “그만 놔라. 나 이만 가야 하거든.”
   “싫은걸. 너 같은 귀여운... 일부러 밟는 거지?”
   “응. 그러니까 빨리 놔줘. 아, 아 잠깐만 지금 몇 시야?”
   “지금은 열한시 쯤 되었으려나.”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언니와 어머니보단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귀여운 요정님이 12시엔 마법이 풀린다고 했고. 어떻게 빠져나갈까. 대놓고 도망치려고 하면 안 놓아줄 것 같아 춤을 추는 척 하면서 손에 힘이 풀렸을 때, 왕자와의 거리가 생겼을 때를 노려 빠르게 뿌리치고 달렸다. 이렇게 풍성한 드레스와 유리구두는 오랜만이라 불편함에 치마를 들어 올리며 뛰려다 몸이 순간 휘청인다. 어째서인지 왕자는 쫓아오려 하고 구두랑 치마는 말썽이고. 둘 중에 하나만 택하자. 그는 유리구두 두 짝을 다 벗어 저를 따라오려는 왕자 쪽으로 획 던졌다. 한 짝을 던지니 받기에 다른 한 짝까지 던져 시야를 방해했다.
   평소 집안일만 한 몸으로 겨우 아래까지 달려 호박 마차를 겨우 탔다. 숨을 겨우 내쉬며 마차에 몸을 기댄다. 어지러워. 소문의 왕자와 춤을 추려고 무도회에 온 게 아닌데. 하지만 남들 앞에서 춤을 췄으니 어디선가 언니와 어머니가 그걸 보고 왕자에게 포기하겠지.
   집에 도착하자 요정은 안 보이고 타고 있던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면서 엉덩방아를 찍는 마무리를 지었다. 나가기 전에 미리 정리를 해놔서 제 몸만 챙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께 선물로 받았던 구두를 던진 건 실수였던 것 같다. 그래도 이미 던진 걸 뭐 어쩌겠나 싶어 포기하고 침대 위로 풀석 누웠다.
   왕자는 둘째치고 그런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춤을 춘 경험은 싫지 않았다. 좀 더 상세하게 떠올리고 싶었지만, 곧 언니와 어머니가 올 시간이고 피곤하기도 해서 감기는 눈을 거절하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무도회가 끝나고 왕자는 유리구두가 발에 딱 맞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 했다고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언니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소문으로 점점 자신의 집으로도 유리구두를 들고 찾아올 것 같다는 소식을 먼저 접해 언니와 어머니 모르게 하려 했지만, 옆집에 사는 사람의 입방정으로 결국 유리구두는 집에 오게 되었다.
   어머니와 언니까지 신어본 저 구두를 굳이 나까지 신어야 할까. 눈대중으로 대충 보면서 거부했다. 본인의 유리구두는 맞지만 그런 왕자와는 절대로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행동에 수상했는지 억지로 구두를 신기려 했고 본인은 신기 싫었고 서로 실랑이를 하다 결국엔 구두 안으로 발이 딱 맞게 들어갔다. 믿을 수 없다고 쳐다보던 두 사람에게 그는 이건 말도 안 된다며 억울함을 보였다.
 
   “헤어지기 싫어요. 사랑하는 어머니와 언니 곁에서 함께하고 싶어요.”
   “마음에 안 들어.”
   “네?”
   “그 왕자 말이야. 직접 본 순간 마음에 안 들었어. 이 아이는 나와 함께야, 데려가지 마.”
   “저도 가기 싫어요. 우연히 신발이 맞은 것일 수도 있잖아요. 무엇보다 제가 가기 싫어요. 억지로 데려갈 건가요?”
 
   제 언니를 꼭 끌어안고 가기 싫다고 보내기 싫다고 서로를 끌어안는 자매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리구두를 챙겨 나간다.
 
 
 
   “구두가 맞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굳이 오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데려올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아니, 잠깐만? 안화, 이러면 동화가 해피엔딩으로 안 끝난다고?”
   “주인공이 행복하다면 그게 해피 엔딩이지.”
   “... 진짜? 이렇게 끝난다고?”
   “그래.”
 
   그렇게 왕자를 제외하고 한 가족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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